부산 송도 볼레길 걷기
부산 송도 해안 볼레길 걷기
2017년 5월 12일
부산에 볼일이 있어 아내와 함께 가는 길에 화려하기로 이름난 삼광사 연등도 볼 겸 1박 2일로 여정을 잡았으나 절에 전화해 보니 5월 7일까지만 점등하였다고 하고 일기예보도 좋지 않아 당일치기로 결정하고 수서역에서 SRT를 타고 부산을 향했다.
KTX만 있을 때는 좌석확보가 여의치 않아 전철 한 정거장만 가면 되는 고속버스를 이용하기도 했었으나 SRT가 생기고부터는 요금도 싸고(KTX에 비해 5-6천 원) 우리 집에서 전철로 갈아타지 않고 9 정거장만 가면 되니까 시간도 절약되어 가끔 이용하는 편이다.
연휴가 끝난 지 1주일도 지나지 않아서인지 좌석이 제법 비어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모내기를 위하여 논에 물이 잡혀 있고 비닐하우스에는 봄의 작물을 출하하는지 일하는 분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8시에 수서역을 출발했는데 10시 반도 되지 않아 부산역에 도착하여 두어 시간 업무를 보고 함께 점심을 하고 나니 1시가 살짝 지났다.
귀경하기까지 남은 8시간을 송도 구경을 하기로 하고 충무동에서 버스를 탔다.
송도로 가는 해안도로는 산비탈 아래 조금 붙어있었던 좁은 해안 길에 바다가 맞닿은 길이었으나 지금은 넓어진 길 뿐만 아니라 바다 쪽으로 엄청 메워져 어물공판장, 어물가공회사, 물류창고 등 아예 새로운 시가지가 형성되어있고 방파제가 어디 있는지 구별도 못 할 정도다.
송도정류소에서 내려 모래사장 쪽으로 가니 전에 없었던 아치가 하나 생겨있고 바로 현인광장이 나온다.
입간판을 보니 옛날 혈청소 자리인 암남공원까지 가는 길이 송도 해안 볼레길 제1구간 왕복 3.5Km (현인광장 - 송도 해안 산책로 - 암남공원 입구 - 암남공원로 - 현인광장)으로 표시되어있다.
비는 오지만 그렇게 심하지 않고 전에는 해안 연결로가 없었는데 언제 완성되었는지는 모르나 한번 가보고 싶어 다녀오기로 정했다.
깎아지른 절벽이라 길이 없었는데 대부분 길이 철다리로 이루어져 있고 봄 단장을 했는지 광명단 페인트색이 유난히 붉다.
우리 부부뿐만 아니라 다른 여행객도 우산을 쓰고 걷는 모습이 보인다.
현인광장 노래비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니 운동화는 젖었고 우산을 받쳐도 옷이 젖었다.
스타벅스 커피점에 들어가 쉬기로 하고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니 한잔에 4,100원이란다.
3층 창 쪽 자리를 잡고 앉아 따끈한 커피를 마시며 송도 해안을 바라본다.
옛날 어릴 때 여름이면 거의 매일 오다시피 한 해수욕장이다.
모래사장에 막대기 하나 꽂아 옷을 벗어 보아놓고 동네 아이들과 함께 놀았던 생각이 떠오른다.
충무동에서 해안 도로를 걸어서 송도까지 왔었고,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해양고등학교 맞은편 부근에서도 헤엄치다가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던 친구를 꺼내준 일도 있었고, 모래사장에서 다이빙대까지 누가 먼저 헤엄쳐 가나 시합도 했었고, 다이빙은 배치기 하지 않고 누가 잘하나 시합도 했었다. 그때 함께 놀던 친구 중 2명이 벌써 유명을 달리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모래사장이 깨끗이 정비되어있고 모래도 많이 이곳저곳에 쌓아놓았다. 다이빙대도 거북이 모양새로 멋지게 만들어져 있고 거북섬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다.
성공과 재물복, 장수와 건강을 가져다준다는 거북섬에 “송도 구름 산책로 송도365”라는 이름으로 거북섬을 중심으로 예쁜 하얀 파이프 모양의 다리가 놓여있다.
한 시간쯤 커피점에서 아내가 가져온 과자와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쉬었다.
송도 구름산책로를 걷고 송도 먹거리타운을 지나 버스를 타고 자갈치 시장으로 왔다.
이곳에 오면 나도 좋아하지만, 아내가 좋아하는 꼼장어구이를 자주 먹는데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롯데백화점 전망대에 올라 부두를 둘러보고 부산역으로 가니 표 예약시간보다 한 시간 빠르다.
창구에 가니 쉽게 한 시간 빠른 기차표로 바꿔준다.
기차를 타고 보니 좌석의 여유가 많았다.
다른 때는 부산 오면 친구를 불러 꼭 식사하곤 했었는데 이번엔 우리 부부 둘이서만 먹고 놀고 했다.
비는 종일 쉬지 않고 내렸다.
비 오는 가운데 나와 함께 돌아다니느라 아내는 고생 많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