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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다른 잣대

해풍 2012. 12. 15. 18:33

저마다 다른 잣대


여기도 저기도 조용한 곳이 없다.

나만 옳고 당신은 그르다는 것이다.

그 논쟁이 어디 오늘날에만 있었겠는가?

인류가 시작되면서부터 비롯된 이 논쟁,

언제 끝날 줄 모르는 이 논쟁을 두고 장자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당신과 내가 논쟁을 벌일 경우, 당신은 당신 의견이 나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나는 당신의 우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당신 생각이 정말 옳고 내 생각이 틀렸단 말인가? 나는 내 의견이 당신의 의견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당신은 나의 뛰어남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 생각이 정말 옳고 당신의 생각은 틀렸단 말인가? 아니면 우리 둘의 생각이 모두 옳거나, 혹은 둘 다 틀렸다는 말인가?

이것은 당신이나 나나 모두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어둠 속을 쳇바퀴 돌듯 하고 있고, 누구도 진리인지 모르고 있다. 만일 우리가 당신이 밝힌 진리에 동의하는 어떤 사람을 내세운다면, 그는 벌써 당신의 생각에 동의한 이상 그가 어떻게 진리를 밝혀낼 수 있을까? 만일 우리가 이미 내세운 진리에 동의하는 사람을 하나 내세운다면, 그는 이미 내 생각에 동의한 것이므로 그가 어떻게 진리를 밝혀낼 수 있겠는가?

만일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을 내세운다면, 그는 이미 우리와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이상 어떻게 그가 진리를 밝혀낼 수 있겠는가?

만일 우리가 진리를 밝혀내기 위하여 한 사람으로 하여금 우리 두 사람의 생각이 다 같이 옳다고 동의하게 만든다면 그는 이미 동의를 했으니 어찌 진리를 밝혀낼 수 있겠는가?

당신과 나와 다른 사람도 진리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데, 어떻게 또 다른 사람을 기다릴 수 있겠는가?“


<장자> 의 ‘재물론’에 실린 글이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인데,

살아가는 자체가 죽고 죽이는 전쟁터나 다름없어서

사는 것이 오히려 버거울 때가 더 많다.

이 모든 것이 인간 개개인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스스로가 설정한 정의를 가지고,

세상의 모든 것을 자로 재려는 욕망,

그런데 그 잣대가 저마다 다른 것이 항상 문제다.


언제쯤 세상은 고요해 질 것인가?

오직 시간만이 아는 것을,


임진년 섣달 열닷새

글 : 신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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