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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다르면 서로 도모하지 않는다

해풍 2012. 12. 17. 00:51

길이 다르면 서로 도모하지 않는다.


“초나라 위왕威王은 장자가 현명하다는 말을 듣고 사신을 보내 많은 재물을 주고 재상으로 맞아들이려고 하였다.

그러나 장주는 웃으며 초나라 왕의 사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천금千金이란 막대한 이익이고, 재상이란 높은 지위지요. 그대는 교제(郊祭. 고대의 제왕이 동짓날에 도성의 남쪽 교외에서 하늘에 올리는 제사)를 지낼 때 희생물로 바쳐지는 소를 보지 못했소? 그 소는 여러 해 동안 잘 먹여지다가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결국 종묘로 끌려가게 되오. 이때 그 소가 몸집이 작은 돼지가 되겠다고 한들 그렇게 될 수 있겠소?

그대는 더 이상 나를 욕되게 하지 말고 빨리 돌아가시오.

나는 차라리 더러운 시궁창에서 노닐며 즐길지언정 나라를 가진 제후들에게 얽매이지는 않을 것이오. 죽을 때까지 벼슬하지 않고 즐겁게 살고 싶소.“


이 세상에서

천금과 좋은 자리를 거부했던 장자와 같이 살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누구나 집착과 욕심이 마음속에서 꿈틀거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 마음속에는 어떤 집착과 욕심이 있고,

중요한 것은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인가?

이 또한 알 수 없다.


“길이 다른 사람과는 서로 도모하지 않는다.”

공자의 말이 새삼 가슴을 치는 시절이다.


임진년 섣달 열이레.
글 : 신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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