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저편의 토곡산
2019년3월21일
참 신기한 일이다.
다른 일을 정리하다보니 밤12시가 넘어 잠이 도망갔는지 오지 않아 TV를 켰다.
"트래킹노트 세상을 걷다" 프로의 산행기록물이 방영되고 있는데 토곡산 산행이다.
40여년 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다.
1968년 처음으로 신문사, 은행, 체신청 다니는 친구 8명이 모여 산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 당시는 산행이 일반화 되어 있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지금처럼 산에 다니지 않을 때이다.
마침 친구 중 포병장교 출신이 있어 독도법에 대한 자체교육도 해 가면서 산행을 시작했다.
7,8명이 모여서 돌아가며 산행대장을 임명하고 대장임명을 받은 회원은 지적사에 가서
1/50,000지도를 자비로 사서 산행 루트를 따라 등고선별, 단면도를 그리고 시간계획을
작성한 후 휴식시간도 포함하여 종합 산행 일정표를 작성한다.
대장은 그 지도를 총무에게도 한 부 주어서 뒤따라가며 책크를 하고 하산하여 쫑파티를
하면서 계획 대 실행 결과를 매 산행 때마다 발표 및 평가회를 갖었다.
평가를 하다보면 등고선의 간격과 단면도 상의 높낮이에 대한 시간책정의 오류를 찾아내기도
하며 산행관련 책도 함께 보며 토론도 하고 지도공부도 해가면서 열심히 다녔었다.
처음엔 부산의 검정산 으로부터 시작하여 다니다가 달이 가고 해가 갈수록 지역도 넓어져
지리산 겨울 2박3일 등반도 하였다.
산을 오르기 시작한지 3년이 지날 무렵 자주 다니던 토곡산에서 정식 산악회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와 산악회 이름을 토곡 산악회로 할 것인가를 논의타가 석봉산악회로 이름을
지었다.
페난트도 만들고 여느 기존산악회처럼 단체를 결성하여 회원확장도 하고 안내산행도 해
가면서 산행활동을 계속하였다.
나는 직장 따라 서울로 오는 바람에 참여는 하지 못하고 소식만 듣다가 1991년 산악회
창립 20주년 행사 때 창립회원이라고 감사패도 만들어 주었다.
그때 대장을 가장 많이 하고 산행 책도 여러 권 펴냈던 6년 동안 중,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는 저세상 사람이 된지도 몇 년이 지나고 산악회가 탄생한지도 어언 48년이 지났다.
그동안 까마득히 잊고 지내다가 우연히 토곡산 산행프로그램을 보니 그 옛날 혈기왕성했던
20대의 젊은 시절이 생각나고 그때 함께 산행했던 동료들이 어려푸시 이름과 얼굴이
떠오른다.
반100년이 지나가는데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나는걸 보면 인간의 뇌는 참 신비한 존재로
그때 그 시절 기억이 아름다웠던 추억으로 또렷이 되살아난다.
그것도 TV에서 방영하는 무수한 산행 영상물을 볼 때는 생각나지 않던 과거가 토곡산
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오니 막혀있는 저수지 물이 봇물 터지듯 밀물처럼 밀려와 이
밤을 과거의 그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게 한다.
정확한 연도가 생각나지 않아 책장 뒤에 먼지를 둘러쓰고 숨겨져 있던 감사패를 꺼내어
연도를 확인하고 쌓여있는 먼지를 닦아내며 옛 산행친구들을 부산 가는 길에 한번 찾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즐거웠던 그 시절을 영화필름 돌리듯 훑어보는 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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