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기

원천저수지를 한 바퀴 돌며

해풍 2019. 6. 6. 08:26

원천저수지를 한 바퀴 돌며

2019년 6월 5일


아내가 오른쪽 무릎 관절경 수술한지도 한 달이 지났다.

수술이후 줄곧 수원에 있는 막내의 집에서 통원치료도 받고 요양도 하고 있다.


쌍지팡이에 의해 보행은 해 왔으나 수술한 다리는 힘을 주면 안 된다고 하여 한쪽

발에 의지해 걷자니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이제는 수술한 다리도 1/3정도의 힘이 가해져도 된다고 하니 한결 걷기가 쉬어졌으나

외출 할 때는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휠체어는 동 주민센타에서 무상으로 한 달 단위로 빌려주어 큰 도움이 된다.


오늘은 아내를 휠체어에 태우고 원천저수지를 한 바퀴 돌았다.

아파트를 나와 큰길을 건너고 천변을 따라 올라가서 원천호수에 이르러 호수 주위를

한 바퀴 도는데 꽤 힘이 들었다.

호수 주변에는 높은 아파트가 줄지어 서 있어서 호수에 비치는 모습도 아름답다.


서울에서는 거무스레한 안개가 덮혀 파란 구멍 한 방울도 보이지 않던 하늘이 이곳에서는

패턴을 이룬 흰 구름 사이사이로 맑고 파아란 하늘이 보인다.

50여 키로 밖에 떨어져있지 않는데도 이렇게 다른 하늘이다.


휴대폰으로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돌아오는데 호수 건너 아파트 뒤쪽으로 붉은 노을이 물든다.

휠체어를 옆에 나란히 세우고 의자에 앉아 쉬면서 땀을 식히고 저물어가는 저녁 하늘을

바라보며 걸어온 호수 주위를 눈으로 한 바퀴 둘러본다.


경사진 길을 오를 때는 휠체어를 힘 들여 밀고 내려올 때는 놓칠세라 꼭 잡아 당기고

평평한 길을 갈 때는 아내가 양 팔로 바퀴를 돌리며 지나온 길이다.


지금 이순간은 힘들었던 조금 전의 일들이 썰물 쓸려가듯 모두 사라지고 우리부부 편안한

마음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을 바라본다.


마치 우리부부 함께 살아온 일생이 호수 한 바퀴 도는 것과 똑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보면 우리부부 열심히 살아왔고 지금은 모두 내려놓고 즐기며 건강하고 편안하게

살아갈 일만 남았다.